잘난 체 하는 기생(驕慢妓女)
잘난 체 하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어수룩해 보이는 젊은 나그네가
그 기생을 찾아갔는 데
기생은
이 나그네를 한껏 깔보고 대뜸 시험부터
해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선달님, 글 배우셨지요 ?"
"못 배웠네."
"원, 세상에도.
남자가 글을 모르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소.
그렇지만
손등이 하얀 걸 보니 무식장이 같이는 안 보이는데
제가 하나 물어볼 테니 대답을 해 봐요.
소나무는 왜 오래 사는지 아세요?"
"그럼 학이 잘 우는 까닭은 알아요?"
"그것도 모르지."
"원 저런!
그럼 길가에 있는 나무가 떡 버티고 선
이치도 모르세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기생은
나그네가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없으므로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니까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일러 드릴 테니 들어보시우.
소나무가
오래 사는 것은 그 속이 단단한 까닭이구요.
학이 잘 우는 것은 목이 긴 까닭이구요.
그리고
길가의 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는 까닭이에요.
아시겠수?"
나그네는
그제서야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하하, 그래 ?
소나무가 속이 단단해서 오래 사는
것이라면
대나무는
왜 속이 비었어도 오래 살며사시사철
푸르기만 한가?
학은 목이
길어서 잘 운다지만 개구리는 목이 짧아도
울기만 잘하지않는가?
그리고 자네 어머니가
길가에 잘 버티고 서더니만 그것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끌려고 그러는 것인가 ?"
그때서야
코가 납작해진 기생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밤에
얘기만 하고 지내시렵니까?
어서 이불
속으로 드셔서 쇤네를 품어 주사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물 맛이 서로 다르다(水味相異) (0) | 2018.04.08 |
---|---|
[스크랩] 제몸에 좋은 누룽지(補身灼食) (0) | 2018.04.08 |
[스크랩] 남자가 두려워하는 세 가지 (0) | 2018.04.08 |
[스크랩] 여승이 되려 하오(出家削髮) (0) | 2018.04.08 |
[스크랩] 비운의 부녀대통령(요약본) (0) | 2018.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