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한 내 땅, 수탁자가 허락없이 처분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정확한 ‘유형 확정’을 먼저 따져야
[한경비즈니스=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A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집 안을 정리하다가 경기도 화성시 안석동에 있는 B의 임야 9917㎡(3000평, ‘이 사건 임야’)가 20여 년 전쯤 아버지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발견했다.
B는 A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한 친구이고 아버지 장례 때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인사를 겸해 전화를 하면서 이 사건 임야에 대해 물어봤다. B는 5년 전 돌아가신 B의 아버지로부터 이 사건 임야가 실제로는 A의 아버지가 구입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후 B가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의식적으로 A를 피하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 사건 임야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봤더니 B가 이 사건 임야를 단독으로 상속받은 후 3년 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고 등기도 이전해 준 상태였다.
괘씸하고 서운한 생각이 들어 B에게 항의했더니 오히려 ‘명의신탁이 무효이니 이 사건 임야는 자기 것이고 법대로 하려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는 너무 화가 나 죄가 된다면 B를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하려고 한다.
B는 이 사건 임야를 임의 처분한 행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부담할까. A는 B에게 민사상 어떤 청구를 할 수 있을까.
◆3가지로 나뉘는 ‘명의신탁’의 유형
명의신탁 약정은 양자(2자) 간 명의신탁, 중간 생략 등기형(3자간) 명의신탁, 계약 명의신탁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양자 간 명의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인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하는 형식의 명의신탁이다.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매도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그 등기 명의
를 수탁자 앞으로 직접 이전하는 형식의 명의신탁이다.
계약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매수 위임과 함께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 수탁자가 당사자가 돼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하는 형식의 명의신탁이다.
판례는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법적 책임을 달리 보고 있으므로 먼저 명의신탁의 유형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임야의 등기부등본상 A의 아버지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돼 있었다면 A의 아버지와 B의 아버지 사이에는 ‘양자 간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사망함으로써 A와 B가 각각 그 지위를 포괄승계했으므로 A와 B 사이에는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양자 간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된다.
양자 간 명의신탁 관계에서 수탁자인 B는 이 사건 임야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를 임의로 처분한 이상 횡령죄의 책임을 부담한다. 그리고 신탁자인 A는 B를 상대로 이 사건 임야의 처분 당시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 관계’, 즉 A의 아버지가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 명의만 B의 아버지에게 직접 이전했다면 어떨까. 이때는 수탁자인 B의 아버지 명의 등기는 무효이므로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 지위를 포괄승계한 A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만을 가질 뿐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 또 명의 수탁자 지위를 포괄승계한 B 역시 A에 대해 직접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매도인은 소유자로서 B에 대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소유권 이전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고 A는 매도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 A로서는 위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매도인을 대신해 B에 대해 매도인에게 말소등기를 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확인 필요
한편 B가 이 사건 임야를 임의로 처분했다면 과거 대법원은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은 명의 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 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견해를 변경했다.
A의 아버지가 아니라 B의 아버지가 직접 매매계약 당사자가 돼 등기를 이전한 ‘계약 명의신탁 관계’에는 매도인이 명의신탁 약정 사실을 알고 있는 것(‘선의’)과 모르고 있는 것(‘악의’)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매도인이 선의라면 수탁자 B의 명의 등기는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된다. 그러므로 매도인이 B에 대해 말소등기청구를 할 수 없고 B가 이를 임의로 처분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매도인이 악의라면 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원인 무효다.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므로 매도인은 수탁자에 대해 말소등기 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수탁자도 매도인에 대항해 이미 지급한 매매 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또한 B를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 A의 아버지 내지 A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B가 이 사건 임야를 임의로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계약 명의신탁은 결과적으로 B가 아무런 법률상 원인 없이 명의신탁자의 손해를 담보로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그 매매 대금 상당을 얻은 것이 된다.
그러므로 A로서는 A의 아버지가 B의 아버지에게 제공한 이 사건 임야의 매수 대금 상당의 반환을 B에게 부당이득으로 구할 수 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용어 설명
명의신탁 약정 :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나 그 밖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사람(실권리자)이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한경비즈니스=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A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집 안을 정리하다가 경기도 화성시 안석동에 있는 B의 임야 9917㎡(3000평, ‘이 사건 임야’)가 20여 년 전쯤 아버지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발견했다.
B는 A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한 친구이고 아버지 장례 때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인사를 겸해 전화를 하면서 이 사건 임야에 대해 물어봤다. B는 5년 전 돌아가신 B의 아버지로부터 이 사건 임야가 실제로는 A의 아버지가 구입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후 B가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의식적으로 A를 피하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 사건 임야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봤더니 B가 이 사건 임야를 단독으로 상속받은 후 3년 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고 등기도 이전해 준 상태였다.
괘씸하고 서운한 생각이 들어 B에게 항의했더니 오히려 ‘명의신탁이 무효이니 이 사건 임야는 자기 것이고 법대로 하려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는 너무 화가 나 죄가 된다면 B를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하려고 한다.
B는 이 사건 임야를 임의 처분한 행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부담할까. A는 B에게 민사상 어떤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사진)임야의 명의를 둘러싼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강원도의 한 토지. (/한국경제신문) |
◆3가지로 나뉘는 ‘명의신탁’의 유형
명의신탁 약정은 양자(2자) 간 명의신탁, 중간 생략 등기형(3자간) 명의신탁, 계약 명의신탁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양자 간 명의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인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하는 형식의 명의신탁이다.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매도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그 등기 명의
를 수탁자 앞으로 직접 이전하는 형식의 명의신탁이다.
계약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매수 위임과 함께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 수탁자가 당사자가 돼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하는 형식의 명의신탁이다.
판례는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법적 책임을 달리 보고 있으므로 먼저 명의신탁의 유형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임야의 등기부등본상 A의 아버지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돼 있었다면 A의 아버지와 B의 아버지 사이에는 ‘양자 간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사망함으로써 A와 B가 각각 그 지위를 포괄승계했으므로 A와 B 사이에는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양자 간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된다.
양자 간 명의신탁 관계에서 수탁자인 B는 이 사건 임야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를 임의로 처분한 이상 횡령죄의 책임을 부담한다. 그리고 신탁자인 A는 B를 상대로 이 사건 임야의 처분 당시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 관계’, 즉 A의 아버지가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 명의만 B의 아버지에게 직접 이전했다면 어떨까. 이때는 수탁자인 B의 아버지 명의 등기는 무효이므로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 지위를 포괄승계한 A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만을 가질 뿐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 또 명의 수탁자 지위를 포괄승계한 B 역시 A에 대해 직접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매도인은 소유자로서 B에 대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소유권 이전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고 A는 매도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 A로서는 위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매도인을 대신해 B에 대해 매도인에게 말소등기를 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확인 필요
한편 B가 이 사건 임야를 임의로 처분했다면 과거 대법원은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은 명의 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 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견해를 변경했다.
A의 아버지가 아니라 B의 아버지가 직접 매매계약 당사자가 돼 등기를 이전한 ‘계약 명의신탁 관계’에는 매도인이 명의신탁 약정 사실을 알고 있는 것(‘선의’)과 모르고 있는 것(‘악의’)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매도인이 선의라면 수탁자 B의 명의 등기는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된다. 그러므로 매도인이 B에 대해 말소등기청구를 할 수 없고 B가 이를 임의로 처분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매도인이 악의라면 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원인 무효다.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므로 매도인은 수탁자에 대해 말소등기 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수탁자도 매도인에 대항해 이미 지급한 매매 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또한 B를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 A의 아버지 내지 A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B가 이 사건 임야를 임의로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계약 명의신탁은 결과적으로 B가 아무런 법률상 원인 없이 명의신탁자의 손해를 담보로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그 매매 대금 상당을 얻은 것이 된다.
그러므로 A로서는 A의 아버지가 B의 아버지에게 제공한 이 사건 임야의 매수 대금 상당의 반환을 B에게 부당이득으로 구할 수 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용어 설명
명의신탁 약정 :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나 그 밖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사람(실권리자)이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출처 : 디벨로퍼아카데미(부동산개발.분양.시행.건축.금융)
글쓴이 : 안병관시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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