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얼굴 자꾸 만지다가…세균 타고 암 발생
SBS | 조동찬 기자 | 입력 2012.05.12 16:00 | 수정 2012.05.13 15:57
손, 구강 그리고 코
우리 몸 부위 중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대장입니다. 그런데 그 대장 만큼이나 세균이 많은 얼굴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코입니다. 세균이 많다고 알려진 손보다도 코 속에 훨씬 많은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강동성심병원 김재석 교수에게 코, 구강, 그리고 손바닥에 어떤 세균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손바닥과 구강에서는 500개가 넘는 세균 덩어리(CFU)가 배양됐고, 코 속에서는 그 두 배 정도가 되는 1000개가 넘는 세균 덩어리(CFU)가 배양됐습니다. 포도상 구균이 가장 많았는데, 포도상 구균은 상처 부위를 감염 시키거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 속에서는 메티실린이라는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세균까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세균들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다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노약자나 만성 질환자, 그리고 상처가 나서 피부 방어막이 무너진 곳에 닿게 되면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본인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이니까 상당히 주의는 해야겠습니다.
코를 얼마나 만지나?
그렇다고 '코 만지면 안돼, 코 만지면 안돼' 이런 강박 관념까지 갖고 사는 건 좀 서글픈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무심결에 코나 입 만지면서 사는 거니까요. 영국 런던 의과대학 연구팀이 한 학교 교실을 몰래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얼마나 코를 만지는지 관찰했습니다. 학생들마다 조금 달랐는데, 한 시간 동안 적게는 6번에서 많게는 23번까지 코를 만졌습니다. 이 결과는 영국의학저널이라는 권위있는 잡지에 정식으로 발표됐습니다. 코 속 세균에 대한 관심이 이 만큼 큰 겁니다.
그렇다면 코 속 세균이 임상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미국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0도 판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코 속 세균만 잘 관리해도 병원에서 수술 후 수술 부위가 곪는 일을 42%나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이 병문안 중에 주의를 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코를 만진 후에는 환자의 옷이나 침구류를 만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세균, 바이러스 암도 일으킨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위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만났습니다. '본인의 생활패턴 중에서 어떤 게 위암에 악영향을 끼친 거 같냐'고 물었습니다. '평소에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었고 술은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 번 먹을 때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편이라서 그런 점들이 위암을 불러온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의 소견은 좀 달랐습니다. 짜게 먹는 식습관과 술도 분명 위암의 위험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 환자에게 더 직접적인 이유는 위에서 기생하고 있던 헬리코박터라는 세균이라는 겁니다. 물론 암은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질병이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암의 강력한 원인 중 하나라는 뜻입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에 국제 암 연구소가 있는데, 이 연구소는 프랑스 리옹에 있습니다. 국제 암연구소에서 180여 개국, 27 종류의 암을 대상으로 원인 조사를 해봤더니 암환자 6명 중 1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란셋이라는 세계 3대 의학저널을 통해 발표한 내용입니다. 해마다 전세계적으로 1300만 명 정도의 암환자가 발생하는데 매년 200만 명 정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에 암이 생겼다는 겁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암의 한 원인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렇게 그 비율이 정확하게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암… 감염병인가?
국민 소득이 낮은 국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일 수록 감염이 암을 일으키는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50대 이전에 발생한 비교적 젊은 암환자 중에서는 무려 30%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엔에서는 현재 비감염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는 암의 분류 상태를 다시 고민해야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감염성 질환으로 분류가 되어야 예방사업이나 위생 관리 사업에 대한 예산이 편성될 수 있으니까요.
세균이나 바이러스별로 어떤 암과 관련있는지를 살펴보면, 헬리코 박터는 위암을 일으킵니다. 원래 만성 위축성 위염이 있는 사람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되면 위암의 위험도가 10배 정도 더 높아집니다. 그리고 B형, C형 간염은 간암을 일으킬 수 있고,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킵니다. 국제 암 연구소는 이 네 가지가 암의 감염성 원인 중 90%를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위암과 간암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귀중한 정보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에 뇌종양을 일으키는 거대바이러스가 밝혀졌고 폐암을 일으키는 곰팡이도 보고 되고 있습니다.
위생관리… 암 예방
위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는 구강이나 변을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있고, 이때 손으로 옮겨 갑니다. 그리고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조리하면 그 음식에 달라 붙었다가 이걸 먹은 사람의 위로 갑니다. 아직 헬리코박터의 감염경로가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냄비에 찌게를 같이 두고 먹는 습관도 헬리코박터의 한 감염경로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간염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염되는데, 혈액이나 성적인 활동이 주 감염 경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치솔이 B형 간염의 매개체가 된 경우가 영국 질병관리본부에 보고 됐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B형 간염이 치솔을 통해 옮겨질 수 있다고 보고 B형 간염 환자들은 치솔을 다른 사람과 같이 쓰지 않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간염 바이러스와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지금까지는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감염 예방책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헬리코박터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활발히 연구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위생관리 중에서는 손씻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손씻기의 감염병 예방효과에 대한 논란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 보건기구 그리고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손씻기의 감염병 예방효과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손을 씻을 땐 비누를 꼭 사용해야 합니다. 비누없이 그냥 물로만 손을 씻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손을 씻은 후에는 잘 말려야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culture/newsview?newsid=20120512160005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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