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공사대금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공사업자는 자신이 추가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당초 약정된 금액 이상의 공사대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물주는 약정된 금액을 이미 지급했으므로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공사업자가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손해를 공사업자가 배상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당시 필자는 건물주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다.
소멸시효 덕에 승소한 사건
사건은 통상적으로 공사대금청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으로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필자는 건물주의 주장대로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음을 논거의 중점으로 삼으며 변론을 진행했다. 그러나 보는 관점에 따라 원고와 피고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정확히 승패를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원고가 일부 승소할 가능성이 크기도 했다.
판결선고 날 필자는 승소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패소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싱겁게도 원고 청구 기각 즉, 피고의 전부 승소였다. 판결문을 받아 보니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원고의 공사대금채권이 소멸시효 기간을 지났음을 논거로 들고 있었다.
최종 변론 기일에 필자가 주장한 소멸시효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원고나 피고 일방의 승리로 귀결되기는 어려운 사건이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소멸시효 다 다르다. 꼼꼼히 따져야.
소멸시효가 원칙적으로 10년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소개한 사건 또한 원고가 10년이 지난 이후에 공사대금을 청구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원고는 공사 후 약 3년 3개월이 지나고 나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원고 청구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기각됐을까? 그 이유는 소멸시효의 종류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통상 채권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0년의 소멸시효를 가지고 있지만, 본건과 같은 공사대금채권 등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가지고 있다.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채권을 살펴보면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의사ㆍ변호사ㆍ변리사ㆍ법무사의 보수’, ‘생산자 및 사인이 판매한 생산물ㆍ상품의 대가’ 등이 있다(자세한 내용은 민법 163조 참조).
1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가지는 채권 또한 존재하는데 ‘숙박료’, ‘음식료’, ‘의복 등의 사용료’, ‘연예인의 임금’ 등이 그에 해당한다(자세한 내용은 민법 164조 참조). 더욱이 상법이 적용되는 상인 간의 거래 또는 상인과의 거래의 경우 일반 채권의 경우에도 소멸시효를 5년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민법상의 일반 채권 소멸시효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밤잠을 못 이루며 소송 준비해 매진하면서 오매불망 승소를 갈망하던 원고 측 변호사나 당사자에게 소멸시효 기간 초과로 인한 패소판결이란 참담함을 넘어 절망의 심연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소멸시효는 10년이다는 절반의 진실만을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금과옥조로 알다가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상실하는 사례를 무수히 지켜보았다.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상식은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 권리를 침해당했다면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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