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상 구조의 나노 다공성 분리막의 개념도(왼쪽)와 제작된 소자의 전자 현미경 사진> |
KAIST 윤준보 교수·ETRI 이대식 박사 등
(서울=연합뉴스) 이주연 기자 = 분자 크기의 입자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나노 분리막(nanosieve)을 저비용 증착방식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3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윤준보 교수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대식 박사 등은 재료·응용분야 권위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표지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저자들은 전자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물리적 기상증착(PVD·Physical Vapor Deposition)을 통해 형성된 박막(薄膜)의 원주상 구조(columnar structure·원기둥 모양 구조)를 분리막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데 착안했다.
PVD를 통해 형성된 박막에는 원기둥들이 좁은 간격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듯한 모양으로 물질 증착이 이뤄지는데, 이를 이용하면 높은 선택비와 빠른 투과 속도를 지닌 분리막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다.
나노 분리막의 기존 제조 방식은 수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구멍을 만들기 위해 복잡한 고비용의 공정을 거쳤지만, 이번 연구는 이미 반도체 공정 등에 널리 쓰여 매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정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으로 넓은 면적의 분리막을 저렴하게 제작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금속뿐 아니라 산화물에도 적용할 수 있고 1∼10나노미터의 구멍 크기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이 기술의 장점이라고 논문 저자들은 설명했다.
미세 입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도록 해 주는 나노 분리막 기술은 의료, 환경, 에너지,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은 2010년 14조원 규모에서 2016년 3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준보 교수는 "국내 분리막 시장은 9천억원대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개발로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세계 선진기업에서 주목하는 분리막 원천 제조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분리막 소재와 제작기술의 특허 출원을 국내와 미국에서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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