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보유한 알짜 땅들의 매각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올해 처분하려던 부지도 해를 넘어가게 됐다.
부지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큰 데다 사업성 문제로 선뜻 나서려는 매수자가 없어서다.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 전망과 정부 부동산 규제 기조도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3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지난 2일 마감한 강서구 마곡지구 특별계획구역 3개 블록 8만2724㎡의 민간 사업자 공모에 응찰자가 하나도 없었다.
SH공사는 3개 블록을 일괄 매각할 예정이었다. 공급 예정가격은 9905억원. 전시 컨벤션 시설과 호텔, 문화·공연 시설, 업무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 예정된 부지였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가깝고 마곡지구에 산업단지가 있어 MICE산업 경쟁력이 있다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그래픽=이민경
마곡 부지에 응찰자가 없었던 것은 비싼 땅값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MDM 등 부동산 개발업체와 자산운용사 등이 입찰을 검토했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감당하기에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의 공급 조건을 보면 수익성이 높은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다. 컨벤션 시설(2만㎡ 이상), 호텔(4성급 400실 이상), 문화 및 집회시설(1만5000㎡ 이상), 원스톱 비즈니스센터(5000㎡ 이상) 등은 필수로 넣어야 한다.
SH공사는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매각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쯤 매각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주거시설을 추가하는 등의 공급 조건 변경이나 매각가 변경 계획은 없다"면서 "부지 용도에 맞게 통째로 개발할 수 있는 사업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유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3만1543㎡짜리 토지와 건물 9개 동(전체면적 2만7743㎡)으로 구성된 부지다. 매각가는 총 9374억원(2016년 기준)이다.
시는 올해 예산안에 부지 매각으로 5150억원의 수입이 들어올 것으로 잡아놓았지만, 실제 매각은 진행되지 않았다.
삼성동 부지 매각이 지연된 것에는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 중인 105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가까워 서울 최고 수준의 입지로 꼽히는 만큼, 부지 매각이 이뤄져 개발이 시작될 경우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썩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서울시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2개 필지로 나눠 1개씩 분할 매입할 수 있고 지정용도가 완화되는 등 이전보다 매각조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 필지당 수천억원이 넘는 고가라 구매력이 있는 사업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 다시 매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내년 예산안에도 부지 매각대금 수입을 반영해 놓았다.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 매각 시기도 내년이나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보유한 3만7262㎡짜리 토지로 감정가가 4341억원(2016년 기준)에 달한다. 애초 133층 높이의 건물을 짓기로 하고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무산됐었다. 이후 매각과 자체 개발 사이에서 오가다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매각쪽으로 중심축이 옮겨졌다.
시는 공급조건 등을 바꾸고 매각 가능성 전반을 따지는 내용의 ‘DMC 랜드마크 부지 개발방향 설정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용역’을 올해 7월 발주했다. 이 용역은 내년 5월 지구단위계획 지침 변경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땅은 과거 매각이 불발됐을 때 마이스(MICE) 등 지정 용도 여건이 까다롭고 수익성이 높은 주거비율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매각 방침이 어떻게 바뀔 지 주목된다. 서울의료원 부지처럼 필지를 나눠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5월까지 진행되는 용역 결과를 참고해 매각 여부와 시점 등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매각을 바로 진행할지, 미래 행정수요 등에 대비해 장기적인 시점에서 보유할지 등 여러 대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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