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대륙 연결하는 연해주
남북 정상회담 계기로 관심 집중
구한말·스탈린 시대에 이주 아픔
해외 독립운동의 거점 역할도
고려인들 한글과 역사·문화 보존
동북아 평화시대 가교 역할 할 것
[논설위원이 간다]"기차로 두만강 건너 평양 지나 서울 가고 싶어요"
[장세정의 사사건건] '한반도 평화' 꿈꾸는 연해주를 가다
남북 분단 때문에 한국은 줄곧 대륙과 단절된 '섬'이나 다름없는 신세다. 지금도 대륙으로 가려면 하늘길이나 바닷길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가 머지않아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63년부터 가뭄과 기근을 피해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넜고 1937년에는 스탈린에 의한 강제 이주까지 경험한 고려인들은 누구보다 한반도가 대륙과 연결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자는 이달 중순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 연해주(우수리스크·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다. 연해주는 인천에서 항공편으로 2시간 50분이면 닿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다. 남북한과 연해주 들판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강인한 한민족(고려인·중국동포 포함)의 생명력과 함께 동북아 평화시대를 앞둔 한반도 평화의 꿈을 발견한 여정이었다.
지난 12일 북한 선봉군을 마주한 러시아 극동 연해주(沿海州) 하산 군(郡).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국경을 마주한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만호(萬戶·관직 명칭)로 활약한 녹둔도(鹿屯島) 추정지 인근이다. 중앙선 구분도 없이 아스콘으로 포장한 왕복 2차로 도로 위를 북한 쪽에서 트럭과 승용차가 간간이 넘어오고 있었다.
이 도로는 연해주 고려인 독립운동의 대표 인물인 최재형(1860∼1920) 선생이 주도해 고려인들과 함께 닦은 군사전용도로가 모태다. 도로 바로 옆으로 동해와 나란히 철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발해 염주성(鹽州城) 옛터가 자리한 러시아 크라스키노와 북한 나선 지역을 지나는 철도다. 이 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연결된다.
양장석 코트라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은 "한반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 연해주 하산 지역"이라며 "앞으로 러시아의 철도와 연해주 항만을 잘 활용한다면 유라시아로 향하는 한국 기업들의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해주에서 곡물과 목재 등 물류업을 하는 한국기업 FETCOM 김택동 사장은 "남북 관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대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길목인 연해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며 "연해주에서 환적·통관 등 물류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두만강을 건너 하산으로 이어지는 루트는 사실 한민족에겐 고난의 길이었다. 가뭄이 극심했던 1863년 12월 아사자가 속출하자 함경도 농민 13가구는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넜다. 이들은 러시아 하산 비노그라드노예에 터를 잡고 지신허(地新墟)라는 마을을 일궜다. 1900년대에는 인구가 1600명을 넘을 정도로 번성했다. 2004년 5월 9일 가수 서태지가 '한인 러시아 이주 140주년 기념사업회'와 함께 이 마을 입구에 '지신허 마을 옛터 기념비'를 세운 곳이다.
기자가 지난 12일 지신허 마을 옛터 몇 km 떨어진 곳까지 갔지만,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민간인 통제로 인해 정작 마을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안타까웠다. 지신허 마을을 비롯해 연해주는 항일 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였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을사늑약 이후 국내외를 통틀어 첫 임시 망명정부였던 대한국민의회(1919년 2월)의 전신인 '전로 한인회 중앙총회'가 1917년 결성된 곳이 우수리스크였다. 연해주는 해외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한반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척살한 안중근 의거를 배후에서 지원한 인물은 연해주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재형 선생이었다. 나라 잃어 춥고 배고팠던 고려인들에게 따뜻한 난로 같은 역할을 한 최 선생을 고려인들은 지금도 '페치카 최'로 추앙하고 있다. 1920년 4월 일제에 희생된 최 선생의 옛집은 기념관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11명의 동지와 맺은 단지동맹(斷指同盟)기념비는 하산 크라스키노 유니베라 농장 옆에 세워져 있었다.
연해주에는 고려인이 약 5만명이 거주하는데 제2 도시인 우수리스크에만 약 2만5000명이 모여 산다. 지난 11일 방문한 우수리스크 '고려인 문화센터'.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한민족의 정체성과 민족 문화 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 지원으로 2009년 세워진 건물이다.
마침 건물 1층에서는 고려인을 포함해 러시아 여러 민족 어린이들이 한국에서 흔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158개 소수민족이 사는 다민족 국가인 러시아에서 고려인이 다른 민족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장면이었다.
한글 제호를 붙여 2004년부터 '고려신문'을 발행하는 김 발레리야(여) 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 자치회 부회장은 "고려인 할머니들의 관심 덕분에 힘들어도 월 1회 고려신문을 발행한다"고 말했다.
한글 제호를 붙여 2004년부터 '고려신문'을 발행하는 김 발레리야(여) 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 자치회 부회장은 "고려인 할머니들의 관심 덕분에 힘들어도 월 1회 고려신문을 발행한다"고 말했다.
마침 2층 강당에서는 '아리랑 가무단'의 공연이 진행됐다. 문화센터에서 전통 노래와 춤을 배운 고려인 후예들이 아리랑 부채춤과 칼춤 등을 선보였다. 특히 10대 남녀 청소년 6명으로 구성된 '(신라) 화랑 북팀'은 러시아 극동 지역 경연에서 1등을 했고 오는 9월 모스크바로 초청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에서 공연할 것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밀양 아리랑'을 부른 김 옥사나(여·29)씨는 한국 유학파다. 그는 "앞으로 통일 한반도와 러시아가 평화롭게 함께 번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찾아간 연해주 최대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었다. 이석배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연해주 정부 측 관계자가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며 "전력망 연계, 철도 연결, 가스관 건설 사업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추진에 상당한 기대를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양장석 코트라 관장도 "수산가공업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인은 향후 북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길 희망했고 일부 한국 기업은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 가니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9288km를 달려온 TSR의 종점 표지석을 볼 수 있었다. 이 역은 스탈린이 중·일 전쟁 이후 극동에 일본인 정보원 침투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연해주 고려인 17만여명을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킬 때 열차가 출발한 몇 개 역 중 하나다. 고려인들에게는 한 맺힌 곳이다.
김 발렌친 고려인 문화센터 관장은 "고려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황광석 동북아평화연대 고려인사업위원장(동북아평화학교 주임교수)은 "고려인들은 연해주 들녘에 핀 민들레처럼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고 158개 러시아 소수민족 중 자부심도 가장 강하다"며 "앞으로 한·러 우호와 동북아 평화협력의 가교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머지않아 남한 동해선(1856㎞)이 TSR과 연결되면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열차의 시발역은 부산역이 될 것이고 서울·평양·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할 것이다.
머지않아 남한 동해선(1856㎞)이 TSR과 연결되면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열차의 시발역은 부산역이 될 것이고 서울·평양·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할 것이다.
조 에레나(여) 고려인 문화센터 한글 교육센터장은 "우리 고려인들에게는 꿈이 있다. 연해주에서 기차 타고 두만강을 건너 평양을 지나 육로로 서울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해주 고려인들의 꿈은 한민족 모두의 꿈일 것이다.
출처 : 학성산의 행복찾기
글쓴이 : 학성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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