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에 맞서 밖으로는 군사ㆍ외교ㆍ정치 방면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경제ㆍ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로 민심이 부글부글 끓는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 ‘파워’ 과시하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다음 달 3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열병식과 관련해 “시 주석이 자기의 권력을 외부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열병식이 역사를 되새기고 선열을 추모한다는 점에서 과거 회상적인 행사지만 중국의 미래전략이 담겨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과거에 기대어 중국의 야심을 정당화하려는 행사”라고 지적했다.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 정부가 국경절 아닌 다른 기념일에 열병식을 거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며 독자적으로 개발한 첨단 무기도 과시할 예정이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미국ㆍ일본과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시 주석은 그동안 강조해온 ‘대국굴기(大國堀起ㆍ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뜻)’를 보란 듯이 드러낼 방침이다. 시 주석은 풍부한 국고를 바탕으로 해외 순방 때마다 커다란 돈 보따리까지 풀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중국의 외교력 과시는 다음 달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때 ‘신형대국관계’ 구축이 시험대에 오르며 절정에 이를 듯하다.
신형대국관계란 시 주석이 2013년 미국 방문 당시 제안한 개념이다. 양국이 충돌하지 않는 가운데 상호이익을 존중하며 공영하자는 뜻이다. 중국의 ‘아시아 주도권’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 질서의 새 판을 짜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주도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ㆍ해상 무역로)’ 프로젝트도 가동하면서 아시아지역 경제통합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국은 반(反)부패 운동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호랑이(고위 관료)’급 인사도 거침없이 처단하며 막강한 권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미국 보스턴 대학의 조세프 퓨스미스 교수는 “중국에서 반부패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과거 권력자들의 힘이 약해지고 시 체제가 점차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 정권은 해외 도피 부패 사범을 검거하는 이른바 ‘여우사냥’에 나서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 측 비밀요원들의 미국 내 활동이 지나치다며 여우사냥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속으론 신음, 경제ㆍ민심 불안= 속사정은 겉모습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과거 후진타오(胡錦濤) 치하에서 평균 8%대를 유지한 경제성장률은 시 체제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가장 낮은 7.4%를 기록했다. 올해는 7% 선도 지키기 어려울 듯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7% 목표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초 주식시장 활황과 수출 관련 이익을 걷어낸 실제 GDP 성장률은 5%대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7%를 밑돌 수 있다는 게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도한 부채도 문제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담당 루치르 샤르마 총괄대표는 “2008년 이후 신흥국들 가운데 중국만큼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나라도 없다”며 2008~2013년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80%포인트 높은 30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이 시 주석은 정치ㆍ경제 전반에서 개혁이 이뤄지려면 ‘뉴노멀(新常態)’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성장 둔화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 정권의 경제 운용 능력에 대한 혹평이 줄을 잇고 있다.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자에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집사들’의 경제 운용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면서 “중국 증시와 외환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저널은 이어 “능수능란한 경제 운용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 중국 당국은 정책 실책을 범하고 모호한 해명으로 글로벌 증시와 통화가치까지 출렁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차이나 리스크’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12일 7년래 최고점을 찍은 상하이 증시는 이후 지금까지 35% 급락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주 전격적인 환율 조정 이래 3% 정도 평가절하됐다.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시 정권의 미숙한 사고 대처 능력으로 민심은 더 끓고 있다. 지난 12일 발생한 톈진(天津)항 물류창고 폭발 참사는 중국의 산업안전 기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정부의 위기 관리 및 의사소통 능력에도 허점이 있음을 노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지난 17일자 사설에서 정부의 고의적인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대중이 흔들림 없이 중앙정부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들끓는 민심에 대해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엔의 바스쿠트 툰칵 위험물질ㆍ폐기물 담당 특별 조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위험 폐기물 관리와 보관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면 톈진 폭발 참사 피해가 제한적이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참사 책임이 중국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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