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스크랩] 국민의 화풀이//김동길

arang 2519 2016. 8. 6. 17:17

                        

   


2016/04/16(토) -국민의 화풀이- (2908)

 

이번 총선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왜 그런지 ‘국민의 화풀이’라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한 마디가 떠올랐습니다. ‘화풀이’는 ‘한풀이’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화’는 풀면 풀립니다. 그러나 ‘한(恨)’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끈질긴 그 무엇을 내포하고 있어서 엄청난 비극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는 한번 풀면 그만입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할 만큼

깡그리 잊혀지게 마련입니다. 국민은 박근혜의 새누리당에 대해 화가

났습니다. 왜 정치를 그렇게 못하는가? 왜 혼자서 당도 국회도 쥐고

흔들려고 하는가?

국민이 대통령의 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국회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의 후보자 공천에 일일이

간섭하면 그 당을 지킨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국회가 청와대의 들러리 노릇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유권자인 국민이 왕창 화가 나서 여소야대의 기형적 국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국소수의 반동분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한국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합니다. 결코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은 다 싫어합니다. 왜 그런가?

박 대통령의 편애를 믿는 나머지 방자하게 구는 자들이 없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한구가 총선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에 왜 개입하도록 대통령이

허락했을까요? 우리로서는 이해가 곤란한 것입니다. 대구사람 유승민에게

새누리당 공천을 안준 것은 잘한 일입니까? 그가 70%가 넘는 득표율을

자랑하게 된 것은 누구의 덕분입니까?

새누리당이 국민의 당의 안철수를 떨어뜨리기 위해 젊은 사람 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 것은 과연 잘한 일입니까? 정치가 아무리 각박한 몸싸움을 하게 하는

‘비정의 예술’이라 하여도 한 당의 당수에 대한 예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도 동방예의지국에서! 당 대표인 김무성에 대한 청와대의 공세가 너무

가혹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홀로지고

즉시 그는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계속 밟히기만 하는 처지에서 끝까지 가만있을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를 다시 등장시키지 않고는 안 될 일이 새누리당에 있는 것

아닐까요? 친박이 생기니까 비박이 생기고 친박이 있으니까 진박(眞朴)이

나타나는 것이죠. 비박이 있으니까 반박(反朴)도 생겼을 것입니다. 같은

새누리당의 울타리 안에서!

이제라도 가능한 일은, 그리고 꼭 필요한 일은, 친박‧진박‧비박‧반박의 깃발을

다 걷어치우고, ‘자유민주주의’라고 쓴 큰 깃발 하나만 들고 나가면 대한민국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출처 : 거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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