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낮에는 나른함이 밀려오는 봄 간절기다. 바깥나들이와 더불어 사람들과 접촉하는 기회도 많아지면서 감기 등 감염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하는 때다.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건강관리까지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실제 건강관리 면에서 보면 봄은 그렇게 녹록한 계절이 아니다.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연보를 봐도 고혈압, 심장병, 호흡기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계절이 바로 봄철이다.
한의사들은 이에 대해 대부분 겨울 동안 떨어진 면역력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탓으로 진단한다. 순천가야한방병원 송호철 원장의 도움말로 대표적인 봄철 보양식품으로 꼽히는 미나리와 주꾸미, 표고버섯, 취나물, 쑥, 냉이 등이 왜 건강에 좋은지 알아봤다.
◇미나리=한방에서 ‘수근’ 또는 ‘수영’이란 약명으로 불리는 미나리는 맛이 달면서도 맵고 서늘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을 배출시키며 인체 내의 각종 독소를 제거하는 해독작용이 뛰어난 약용식품이다. 인체에선 피를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혈압을 낮춰주는 작용을 한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도 풍부해 평소 음주나 약물, 공해 등으로 쌓인 몸속의 독소를 제거하고 싶을 때 살짝 데쳐 먹거나 국에 넣어 먹으면 해독 작용과 면역력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나리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려 지치기 쉬운 현대인의 심신을 달래는데 가장 적절한 봄철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표고버섯=‘향고’란 약명을 가진 표고는 단백질과 당질, 콜린, 퓨린 외에도 면역력 증진에 이로운 각종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품이다. 특히 섬유질이 많으면서도 칼로리는 낮은 게 장점이다.
비만, 변비, 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 병의 예방 및 퇴치에 좋은 식품이다. 한의서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순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돼 있다. 표고는 봄철 잃기 쉬운 입맛을 되살리고, 겨울 동안 저하된 기력과 면역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표고버섯 특유의 향과 씹는 식감은 감칠맛을 내는 구아닐산 성분의 작용이다. 표고버섯 구아닐산은 어떤 식품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천연 조미료이기도 하다.
◇주꾸미=한방에선 ‘단초’라고 불리는데 문어(팔초어), 낙지(소팔초어) 등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맛은 달며 독이 없고 기혈의 순환을 매끄럽게 해주고 영양도 보충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스태미나를 증진시키고 기력 회복을 돕는데 최고의 봄철 보양식품으로 꼽힌다. 간의 해독기능을 북돋워 숙취 해소, 피로회복 효과도 나타낸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그런가 하면 철분과 다가불포화지방산(DHA) 성분도 많아 생리불순과 빈혈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건강 증진은 물론 뇌기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어린이의 성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취나물=‘동풍채’란 약명을 갖고 있다. 단백질, 인, 철분, 비타민B1·B2, 칼슘 등 유익 성분이 많아 춘곤증으로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 기운이 솟게 하고 입맛까지 되살리는데 이만한 나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 기능을 북돋워 몸속에 쌓인 독소를 몰아내는 해독작용도 뛰어나다. 취나물은 입맛이 없을 때, 만성피로와 춘곤증을 느낄 때 무쳐 먹으면 딱 좋은 봄채소다.
◇쑥=한방에선 ‘애엽’으로 불린다. 속을 덥게 하고 냉기를 몰아내며 습기를 없애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사들이 흔히 속이 차고, 담이 들렸을 때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쑥국을 만들어 먹도록 권하는 이유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쑥은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작용도 한다. 뿐만 아니라 쑥을 자주 섭취하면 위장이 튼튼해지고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 등 부인병을 다스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냉이=‘제채(薺菜)’란 약명을 가진 봄채소다. 맛은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간 기능을 좋게 하고 이뇨, 해열 작용도 뛰어나다.
춘곤증으로 자주 피로하고 몸이 나른해질 때 먹으면 간 기능을 북돋워 쉽게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등 피로를 풀어주는 영양소가 냉이에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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