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통일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그 餘波(여파)는 한반도에 밀려왔다. 이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王朝는 망하거나 쇠퇴하였고 신라처럼 성공한 나라는 통일을 주도하였다. 7세기 중국에서 隋를 이은 唐이 등장하였을 때 對中외교 정책을 잘못 쓴 고구려와 백제는 망하고 羅唐연합을 맺은 신라는 성공하였다. 몽골이 南宋을 무찌르고 元을 세우는 과정에서 고려는 저항하다가 속국이 되었고, 元의 일본 침공에 가담하였다. 元이 망하고 明이 일어날 때 李成桂는 현실적 외교정책으로 조선을 세웠다. 明淸 교체기에 외교적 판단을 그르친 仁祖는 병자호란을 불렀다가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였다. 청이 쇠퇴하여 중국이 혼란으로 빠져들 때 조선조는 주체적 외교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毛澤東이 중국을 공산통일한 뒤 한국전에 개입, 北進통일을 저지하였다. 李承晩은 중국의 공산화에 韓美동맹으로 대응하였다. 鄧小平의 중국이 개방정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하자 盧泰愚 정부는 북방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중국과 수교, 한국 경제의 뉴프런티어를 열었다. 그 중국이 미국 및 일본과 대결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북한정권의 핵개발을 상대하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는 역사전쟁을 벌이면서 對中노선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로 고민에 빠졌다. 韓美日 동맹 체제하에서 親中反日 노선이 과연 가능한가? 韓美동맹을 對北억지력으로만 묶어놓고 한국은 美中 대결에서 중립을 지키거나 중국과 친해질 수 있을까? 中日 대결에선 중국 편을 들 수 있을까?
지난 2000년의 韓民族 역사 속에서 한 가지 원리가 있다. 한반도가 통일되어 강력한 정권이 들어서면 동북아에 평화가 오고 분열되거나 弱體化되면 국제전쟁터가 된다는 원리이다. 한국전, 러일전쟁, 청일전쟁, 임진왜란, 그리고 중국 세력과 倭가 개입한 삼국시대 전쟁은 모두 약해지고 분열된 한반도가 불러들인 국제전쟁이었다. 南北, 韓日, 韓中, 韓美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되는 한가운데서 자주성을 잃지 않으려면 강한 國力과 국민정신을 길러 내부통합을 이루고 국가지도부가 지혜로운 외교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韓美동맹을 대체할 수단은 없는 것 같다. 미국은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너그럽고, 강력하고, 자유로운 나라이다. 이런 나라를 친구로 둔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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