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약초와 침으로 병자를 치료한다. 침은 응급환자나 마땅한 약재를 구하지 못했을 때 쓰고 대개 약초로 병자를 치료한다. 특히 제주도의 산야에 자생하는 약초를 직접 채취하여 약으로 쓰는데 그가 즐겨 쓰는 약재는 여느 한의원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늘푸른 넓은잎큰키나무인 녹나무>특히 그는 제주도에 흔히 자라는 녹나무와 족제비로 암환자를 여럿 고친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뭔 대학의 교수라는 사람이 병이 나서 날 찾아왔어. 위암에서 췌장으로 전이가 됐는데 서울가서 진찰을 받으니 폐에까지 전이가 됐다는 거라. 항암제 맞아서 머리카락 다 빠져서는 죽기 전에 내 약 한 번 먹어 보겠다고 왔어. 족제비 한 마리에 녹나무 한 줌 넣고 푹 달여서 먹으라고 했지. 족제비 먹고 암이 낫겠냐면서 안 먹겠다고 펄펄 뛰어. 그래서 먹든지 말든지 그건 당신 자유지만 먹어 보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했지. 한 마리 먹고 일어나지도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서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두 마리 먹고 나서는 운동한다고 쫓아다녔어. 두 마리 먹고 사진 찍으니까 암이 없어졌다는 거라. 그래서 한 마리 더 먹어야 재발이 안된다 그랬더니 한 마리 더 먹었는데 그 사람이 항암제 맞고 빠진 머리가 새까맣게 도로 났어. 족제비 세 마리 먹고 암이 다 나아 버린 거지.”
족제비와 녹나무로 암을 고쳤다는 얘기는 어떤 문헌에도 없고 어떤 원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어서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다. 대체 족제비와 녹나무에 어떤 약성이 있어서 말기에 이른 암을 고칠 수 있는가? 그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족제비는 최고의 정력제야. 몸을 보충해 주는데 으뜸이지. 그리고 녹나무는 해독작용이 뛰어나요. 이 두가지가 만나면 암독을 없애는 건 물론이고 체력이 금방 회복돼요. 암세포도 없어지고 체력이 좋아지면 밥도 잘 먹고 몸무게가 늘어나요. 그러면 암은 저절로 낫는 거지. 족제비 한 마리를 털을 뽑지 말고 녹나무 가지 반 근을 함께 넣어 24시간쯤 물로 푹 달였다가 짜서 먹으면 돼. 고기는 먹지 말고. 족제비는 냄새가 몹시 나서 뜨거울 때 빨리 마셔야지 식으면 먹기 힘들어요. 한 마리로 2~3일 먹을 수 있는데 위암, 간암, 폐암 할 것 없이 어떤 암이건 잘 나아. 백혈병도 족제비하고 녹나무 달여 먹으면 잘 낫지. 족제비의 노린내는 오줌통에서 나는 건데 오줌통을 떼어버리면 맛은 좋겠지만 약이 안되고, 오줌통이 달린 채로 달이니 냄새가 심하게 나서 먹질 못하고. 그래도 안 죽으려면 눈 딱 감고 먹어야 하는 거라.”
녹나무는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늘푸른 넓은잎큰키나무다. 수형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숲의 왕자로 부르는 나무로 키 40m, 밑동둘레 8m에 달하는 것이 있다. 나무 전체에서 송진냄새를 닮은 독특한 향기가 나는데 이 향기는 캄파, 사프롤, 찌네올 같은 정유성분이다. 나무줄기를 잘게 잘라 수증기로 증류하여 얻어낸 정유를 장뇌(樟腦)라고 하여 향료와 약재로 귀하게 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장뇌를 우리 나라의 인삼과 마찬가지로 국가전매품으로 취급할 정도로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 녹나무에 항암작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녹나무의 향기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하여 제주도에서는 해녀들이 물질하는데 쓰는 도구를 녹나무로 만들고, 또 상처를 입으면 녹나무를 태워 그 연기를 상처에 쏘인다.
녹나무는 집안에 심지를 않는데, 그 이유는 녹나무의 향기가 귀신을 쫓는 힘이 있어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혼백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녹나무로 만든 베개가 인기가 있는데 이를 베고 자면 잠자리가 매우 편안하다고 한다.족제비는 밭둑이나 냇가의 큰 돌밑 같은 곳에 구멍을 파고 사는 작은 동물로 쥐, 개구리, 뱀 따위를 잡아먹는다. 인가에 침입하여 닭을 잡아 먹거나 알을 훔쳐가기도 한다. 족제비는 성질이 본래 흉악하고 잔인하여 닭장 같은 곳에 침입하면 닭을 닥치는대로 물어 죽이고 피를 빨아 먹으며 머리의 골을 파먹기까지 한다. 대개의 육식동물은 배고플 때 말고는 사냥을 하지 않지만 족제비는 천성이 잔인하여 자기보다 약한 동물은 눈에 보이는대로 물어 죽여서 갈가리 찢어버리는 성질이 있다.
족제비를 민간에서 간질이나 임파선결핵, 식중독 등의 치료약으로 쓴다. 한때 암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적도 있다. 대개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다음 그늘에서 말려 약한 불로 볶아서 가루내거나 술에 담가서 쓴다. 족제비기름은 화상이나 동상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족제비는 육지에서 자라는 것보다 약간 작은 것이 특징이다.
글ㆍ사진 /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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