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에 명당은 하나 뿐이다
풍수의 목적은 산줄기나 지맥 따위의 정기가 모인 자리인 혈(穴)을 정하고 그곳에 응축된 생기에 감응해 복을 구하는 것이다. 혈을 정한다는 뜻은 음택의 경우 생기가 모인 땅에 장사를 지내고 양택이라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터를 정해 집을 짓는 일이다.
풍수 격언 중 ‘용은 삼 년에 걸쳐서 찾고 혈은 십 년이 걸려 찾는다(三年尋龍十年點穴)’는 말이 있다. 생기가 흘러가는 지맥(산줄기)은 찾기 쉬우나 생기가 뭉친 혈은 정작 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1만권의 풍수 책을 읽고도 혈을 찾거나 정하지 못한다면 ‘십 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분명하다.
혈 정하기는 볼록렌즈로 빛을 모으는 것과 비슷하다. 태양 광선을 이용해 열을 얻으려면 렌즈를 태양과 직각으로 세우고 렌즈의 크기와 두께를 고려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초점이 맞춰진다. 초점 중 가장 협소한 범위의 초점이 맞춰질 때 비로소 열이 나고 불이 피어오른다.
마찬가지로 1000리를 뻗어 온 지맥에도 곳곳에 혈이 맺히지 않고 겨우 시신 한 구가 묻힐 정도의 작은 공간에만 생기가 뭉친다. 지맥에는 하나의 혈만이 맺힌다는 ‘일산일혈(一山一穴)’의 원칙이 생겨났다. 렌즈가 아무리 커도 하나의 초점이 맺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혈을 정하는 어려움은 곧잘 명의가 침을 놓는 것에 비유된다. 명의는 먼저 환자의 오장육부에 일어난 병의 원인을 파악한 후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정확한 혈을 잡고 침을 꽂는다. 만약 잘못된 경혈에 침을 꽂으면 기가 오히려 막히거나 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풍수도 혈을 정확하게 정해야지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 생기를 올바로 받지 못한다. 그래서 풍수에선 혈을 정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혈이 정확한가 또는 틀렸느냐에 따라 발복은 천양지차다. 그러니 30㎝ 차이로 천당과 지옥이 엇갈린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얼마 전 A씨를 만났다. 지방에 있는 모친의 산소를 자식들이 모여 사는 서울 근교로 이장하고 싶다고 했다. 부친의 산소는 어찌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사람의 정으로 보면 마땅히 두 분을 합장하거나 쌍분(雙墳)으로 모셔야 했는데 선친이 반대했어요. 유골이 생기를 받으려면 혈에 묻혀야 하는데 하나의 산줄기에는 하나의 혈밖에 없으니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저승에서 부부가 화락하기보다는 비록 떨어져 있지만 후손이 잘된다면 그것이 조상된 도리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두 분의 묘를 서로 40리 떨어진 곳에 썼고, 이장도 모친만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명당에 한 분만을 장사지내기로 유명한 집안이 울산의 명문가 K씨다. 이 가문은 풍수를 금과옥조처럼 여겨 호남의 제일가는 명당만을 용케 찾아내 묘를 썼다고 한다. 더군다나 정확한 재혈이 아니면 혈처를 비껴난다고 봐 멀고 가까운 곳을 따지지 않고 부부라도 한 분만을 명당에 모시는 단장(單葬)을 선택했다.
그 결과 어떤 조상은 부부의 묘가 가깝게는 수십 리, 멀게는 수백 리까지 떨어져 있다. 이쯤 되면 일산일혈의 원칙을 얼마나 신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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