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회사’가 중요한 이유
한때 사람들이 펀드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만드는 상품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펀드 관련 교육을 나가면 “OO은행 펀드에 투자하는데요.”, “저는 OO증권사 펀드에 투자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수였기에 “펀드는 자산운용사에서 만들며, 은행이나 증권사는 판매만 하는 겁니다.”라는 펀드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기초적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수 많은 옷 공장에서 멋진 옷을 골라와 판매하는 옷 가게 처럼, 은행•증권 • 보험사 등의 펀드 판매회사가 약 80곳이 넘는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를 골라와 판매한다는 것을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펀드 판매회사는 단순한 판매 통로가 아니다. 투자자의 특성과 선호를 파악하여 수많은 상품 중 적합한 펀드를 골라 추천해주고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설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펀드 가입 후에도 수익률을 주기적으로 알려주고, 관련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여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모든 판매회사가 이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판매회사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성실하게 상담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자기 이익만을 챙기기에 바빠 이런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판매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판매회사가 좀 부정직하거나 능력이 모자라도 투자자 스스로 좋은 펀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모펀드 수만 약 3천여 개가 넘는 현실에서, 날로 복잡해지는 금융시장을 투자자가 어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투자자가 각종 지식을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펀드를 스스로 선택하여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따라서 만약 투자자가 펀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펀드나 시장 흐름 등을 직접 공부하기보다는 나에게 양심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펀드 판매회사를 골라내는 데 더욱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1) 불완전 판매를 피하라!
일단 좋은 펀드 판매회사를 고르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법적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회사를 피하는 것이다. 판매회사가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① 고객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추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②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있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중 하나라도 어기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
투자 경험이 전무한 고령자에게 손실위험이 상당한 투자상품을 권유했다가 다툼이 난 사례를 종종 신문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투자자의 특성이나 상황에 부적합한 상품을 판매하여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진 대표적 사례이다.
금융상품은 동일한 상품이어도 누가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투자위험이 굉장히 높은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해외펀드가 있다고 해보자. 자금이 풍부하고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환율 등의 변동에 따라 투자가치가 변한다고 해서 크게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큰 변동성을 이용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몇 개월 후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이 동일 상품에 투자 했을 때, 그는 하루하루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이고 고통일 것이다. 펀드 판매회사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의 입장에서 투자자의 자산이나 소득, 투자지식이나 경험, 위험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하여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야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적합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충분한 설명 또한 마찬가지이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정답이 없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기에 금융회사는 투자자를 돕은 역할을 할 뿐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투자자가 해야 한다. 하지만 이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중요한 정보를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게 금융회사에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금융회사가 이 두 가지 의무 중 하나라도 어겨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소송 등 법적 다툼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소송을 통해 배상 받는 것은 오래 걸리고 힘들 뿐만 아니라 투자자금 전액을 배상 받기란 거의 불가능(대개 50% 미만 배상)하므로 애초에 펀드 판매회사를 잘 골라 이런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매년 “펀드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각 금융회사가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준수 지침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메뉴에서 검색 창에 ‘미스터리’ 라고 치면 그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지속적으로 결과가 나쁜 펀드 판매회사가 어디인지 살펴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겠다..
(2) 서비스의 ‘질’을 따져라!
그러나 불완전판매의 가능성을 피하는 것만으로 좋은 펀드 판매회사를 골라내기는 어렵다. 학생이 학교에 등교하여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고 해서 모두 열심히 공부하는 훌륭한 학생이라고 할 수 없듯이, 펀드 판매회사 또한 금융당국이 만든 절차를 지키면서도 소위 ‘영혼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펀드에 가입하러 금융회사를 방문해 보면 각종 서류를 챙기기에 바빠 고객과 눈 한번 제대로 안마주치는 판매직원도 있고, 펀드에 대한 설명을 한답시고 투자설명서를 줄줄 읽는 사람도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테지만 투자자가 느끼는 서비스의 질은 천차만별일 것임이 분명하다.
이럴 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펀드 판매회사 평가” 결과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은 투자자 보호 및 교육 업무를 하는 비영리 기관으로서, 이 재단이 실시하는 펀드판매회사 평가는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펀드 미스터리 쇼핑”과 유사하지만 서비스 질까지 고려하여 펀드 판매회사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판매직원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거나 비교설명을 하는지, 증시 현황 및 전망에 근거하여 펀드를 추천하는지, 투자자의 이해도를 확인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펀드 상담을 제공하는지’ 등의 항목을 추가로 조사하여 평가 결과에 반영한다.
따라서 1차적으로 금융감독원의 “펀드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결과가 나쁜 회사를 제외하였다면 2차적으로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펀드 판매회사 평가”를 고려해 어디에서 투자상담을 받을 지 후보 군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홈페이지의 「금융상품비교→ 펀드→어디에서 가입할까?」 로 가면 “우수 판매회사 검색”이란 페이지가 있다. 여기에서 가장 최근 년도의 평가 결과를 알 수 있으며, 원한다면 2007년 이후부터 7년에 걸친 장기적인 평가 결과 추이도 확인할 수 있다.
(2) 비교 상담을 해보자!
펀드 판매회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비교상담을 해보는 것이다. 위의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조사한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 정확한 것은 직접 판매회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판매직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가 펀드투자 상담을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추어 직원들을 관리 및 교육하는지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판매직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가 결과가 좋은 회사에서도 종종 질 낮은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존재한다.
여러 곳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다 보면 ‘투자지식’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어느 판매회사 혹은 직원이 더욱 자세히, 그리고 친절하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해 주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공들이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투자전문서적을 구매하여 홀로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상담하여 옥석을 가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투자자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다.
한 투자자는 필자가 알려준 내용대로 여러 곳을 상담해 봤는데, 각 회사마다 추천 상품 및 근거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만약 처음 방문한 그곳에서 그냥 투자했더라면 아무것도 모른 채 판매직원이 하자는 대로 끌려갔을 것이라며, 좀 더 냉정하게 투자할 기회가 되었다고 E-mail을 전하기도 하였다.
투자, 하기로 결심하였다면 좀 더 부지런해지자.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투자로 돈을 버는 것도 어렵다. 닭이 알을 쑥쑥 낳듯이 펀드도 수익을 쑥쑥 낼 거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투자자금이 매월 10~20만원씩 소액이라고 하여 잃어도 되는 돈은 아닐 것이다. 투자금액이 적더라도 까다롭게 금융회사를 고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축이 아닌 투자를 하기로 결심한 순간, 투자자는 이전보다 좀 더 부지런해지기로 결심한 것과 같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앞서 소개한 자료도 찾아보고 비교 상담을 실천하여 제대로 투자하기를 바란다.
강지영 전임연구원